가을이 왔다.
단풍도 피지 않은채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길래 이대로 겨울이 되나 했는데
아침에 창문밖을 보니 단풍이 붉은색 노란색으로 예쁘게 물들었다.
내가 학생시절 본가에 살던 때에 집앞에는 큰 나무들이 있었다.
가을이 되서 바람이 불면 영화속에 나오는 장면처럼 낙엽이 휘날렸는데
그 아래서 낙엽을 사박사박 밟아 보기도 하고 친구들이랑 뛰어 놀기도 하고
지금 생각해보면 참 순수했던 시절이다.
나이가 조금 더 먹고 나서는 순수함이 사라진듯 싶다.
나보다 한참 더 사신 우리 어머니도 계절감을 느끼고 어린아이처럼 행복해 하시는데
나는 애매하게 살아서 그런지 오히려 무던해지고 시니컬하게 되더라.
가을이 되면 일하시는곳 앞에 있는 나무에서 솔방울이나 도토리를 한두개씩 주어다 주셨는데
힘들고 우울해져 있는 딸에게 조그만 행복을 전달해 주시려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어릴적에 내가 갖고 있던 행복들을 조금이라도 알았다면 좋았을텐데,
난 철이 너무 늦게 들기 시작했고 이제서야 한발자국을 딛고 있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내가 계절을 바라보던 시선들도 다시 바뀌게 되었다.
추운 날씨에 예쁘고 두툼한 겨울옷을 입혀 아가와 밖에 나가면
아이는 초록색 나뭇잎이 노란색 빨간색 옷을 입은게 신기해 눈을 반짝거리고
나뭇잎을 사박사박 밟아주면 그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는다.
내 어릴적 모습이 생각나기도 하고, 사랑스러워서 마음 한켠이 따뜻해진다.
'우리 엄마가 나 어릴때 이런 시선으로 나를 바라봐 주셨겠구나.'
그때 엄마손을 잡고 낙엽을 밟던 어린아이가 엄마가 되어서,
다시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낙엽을 밟고 나서야 엄마의 마음을 알게 된다.
육아일기